오늘 아침 mbc에서 추석 특집쇼 프로그램으로 '가위바위보쇼'를 방영했다.
불운한 사람들의 1000만원 따기(!) 프로젝트인 이 프로그램은, 방송과 윤리 그리고 인권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점들을 보여주고 말았다.

뭐 거창하게 어려운 말을 쓰려는 게 아니다. 그럴만한 글재주도 식견도 없다.

돈 1000만원을 따기 위해서 벌이는 가위바위보쇼라는 방식이 마치 중고등학생들의 짤짤이가 커지는 판의 양상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점도 그냥 식상하다.

그러나 꼭 지켜봐야 할 것은 '차사순 할머니'라고 생각했다.

TV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닌 나로서는, 평소에도 드라마에 열성이지도 않고, 심지어 드라마와 TV에 미쳐있는 요즘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삐딱이다. 그런 내가 어쩌다가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을 때면, 꼬박꼬박 TV를 켤 수밖에 없다.
(이는 나중에 혼자 밥먹기와 TV와의 상관관계를 한 번쯤 다시 이야기할 수 있을 거다.)

언제였던가, '세상에 이런일이'류의 방송을 봤더랬다. 역시 mbc였고.. (정확한 프로그램 제목은 모른다. 고정적으로 보는 것도 아닌데, 그런 제목따위가 기억날리 만무하지.)
이 차사순 할머니의 경이(?)로운 기록(!)에 관해서 나온 것이다. 내용인 즉슨, 500번도 넘게 운전면허 시험을 보고 있는 할머니에 대해서 나온 것이다. 전북 전주였나, 그곳의 면허시험장에 매일 출퇴근하듯, 필기시험을 보러 나오시고, 그 모든 시험을 떨어져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보러 다니시는 할머니는 사실 겉으로 봐서는 약간 모자라는 분 같았다. 가족도 없으시고, 폐지를 모아서 팔고, 국가에서 나오는 약간의 보조금을 보태서 살아가는 할머니의 모습이 구구절절히 보여지는 꼭지였다. 다시금 생각해보면, 그 때 이 할머니의 삶과 운전면허 시험이 '세상에 이런일이'류의 프로그램에서 다뤄질 깜짝성의 내용인가 싶었다. 그 내용 역시 '세상에..'류보다는 '인간극장'같은 목소리를 유지하고 있기도 했다. 다시 말하면, 프로그램 제작자 조차 헷갈린 거다.

어찌되었든 그 때 그렇게 보았던 차사순 할머니가, 추석이 되어서 '불운한사람' 입장으로 '가위바위보' "배틀"에 등장했다.

할머니는 첫 등장부터, 주변 연예인들에게 부축(몸 뿐만 아니라 진행 조차)을 받으면서 가위바위보를 승승장구 해 나갔다. 분위기는 마치 불쌍한 사람을 위하여, 있는(!) 혹은 잘 나가는(!) 연예인들이 희생 및 도와주어야 한다는 느낌이 가득한 채로.....

순간, 이것은 모두 짜여진 각본에 의한 것일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추석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불운한 사람들에게 어느정도의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지 않게냐 라는 식의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렇다면 불운한 사람들은 어디서 찾냐 하다가, 차사순 할머니가 등장한 프로그램을 보았던 누군가가 추천을 해서 출연 섭외를 이루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고, 배틀을 통과하면서 올라가는 과정이 그러한 각본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의심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내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부분은 방송 자체의 윤리보다도, 그 안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이 할머니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그들의 눈을 통해, mbc의 카메라를 통해 차사순 할머니를 바라볼 시청자들의 시선에 이상한 우월감(?) 혹은 연민의 마음 등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도와주는 것이 무어 나쁘냐? 라고 한다면, 그것 자체가 나쁜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도움을 보면, 상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이해해서 도와주는 것, 즉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도움이 있는가 하면, 저 사람보다 난 상대적으로 잘사는 구나라는 계급의 분리에서 나오는 연민의 마음에서 나오는 도움이 있다.
후자의 기능의 분명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은 말그대로 기능이고 효용일 뿐, 우리 사회의 근원을 건드리지는 못한다. 우리에게는 후자도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진정 필요한 것은 전자의 마음들이다.

그 프로그램 안에서 내 눈에, 마음에 가장 남았던 장면은 차사순 할머니를 전주에서부터 모시고 올라온 운전 강사였다. (아마도, 시험장에서 근무하는 사람일 것이다.) 오로지 그 분만이 차사순 할머니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mbc에서 전주에 계신 할머니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신경써주고, 그리고 서울행까지 도와주러 올라온 분일 것이다.
할머니의 어수룩함을 두고서 김제동이 '할머니, 이런식으로 하면 1000만원 금방 따 가실 수 있어요.'라고 말을 하는 사이에 그 강사분은 계속 할머니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차사순 할머니에게는 가족이 아무도 안계신다. 그것을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방송과, 그 과정에서 할머니의 인권은 아주 교묘하게 밟히고 있었다.

진짜 이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어떤 시선을 갖게끔 유도하는가?

"체 게바라"의 얼굴이 우리들의 티셔츠에 들어와서 훌륭한(!) 자본주의의 상품이 되는 사이에, 차사순 할머니는 스펙타클의 사회안에서 조롱되고 있다. 2007년 한국사회에 등장한 트루먼인 셈이다.


뱀발) 며칠전,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드라만인 <아현동 마님>을 보다가, 이동준이 왕희지의 마음을 얻기위해, 연극하는 장면이 나왔다. 기사를 시켜서 빵파는 할머니에게 돈을 쥐어드리고 자신이 굉장히 괜찮고, 착한 인간인 척하는 장면이었다. 드라마 상으로는 굉장히 잘 만든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이것 하나로 이동준의 캐릭터는 다 드러나니깐.. 드라마를 벗어나서 그런 장면이 가능해지고, tv에서 보여진다는 것은 우리 역시 이동준과 같은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어찌되었든 그 장면을 보면서, 소름이 쫙 끼쳤고, 순간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나는 과연 위에 얘기한 차사순 할머니를 따라 올라온 운전강사처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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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왕'이 컨셉은 아냐!! ^^


괜시리 허당한 걸..
위에 있는 스티커들은 데이터 베이스에서 뽑은 바코드들이다.

포스터들은 노오란 폴더안에 하나 넣고, 중성지로 속지를 하나 넣고, 또 다른 포스터들 넣고. 다시 중성지.

이런식으로 한 영화의 포스터들을 하나의 폴더에 넣는다.

자세히 보면..제목위에 관리번호가 있고... A1, A2, B1, B2라는 식으로 뒤에 붙은 글자가 있다.

포스터의 종류와 수량을 나타내는 것.

그러나.. <미지왕>이 보고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