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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현'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5.03.23 사랑하기에 결코 늦지 않았다. - 하지현
17.
무작정 집을 나온 십대 청소년이 기껏해야 집앞 놀이터에서 서성거리는 사정이 이해가 갔다. 엄마가 아파트 베란다에 나왔다가 발견하고 버선발로 뛰어나와 붙잡아주기를 바라는 것 같은 마음.
(누구나 말하지 못하면서, 누구나 가지는 이 마음)

24.
시간이 한 방향으로 쉬지 않고 흘러간다는 사실은 모든 괴로움의 근원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축복이기도 하다. 한번 지나간 것은 그것으로 넘겨버려야 하기 때문에.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을 되돌리지 못하는 상황을 탓하고 자책한다. 그로 인해 곟속 또 다른 후회를 낳게 된다는 사실을 모른 채. 한번 빚을 지기 시작하면 이자 갚느라 원금 상환은 꿈도 못 꾸게 되는 것 같은 일이 시간과 후회의 패러다임. 철주와 영수는 더는 그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냥 하나의 해프닝이 있었을 뿐이고, 노사이드는 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 믿고 싶다.
(난 이 시간을 되돌릴 용기를 가진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

55.
인간은 애매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질 때 긍정적인 상황보다 부정적인 상황을 먼저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학습해왔다.
(나는 좀 아닌 것 같은데…. 확신할 순 없지만...)

60.
우리 같이 해결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본인이 의지가 있어야 되고요.
(참 요약된 말이다. 두 문장. 딱 두 문장)

70.
"안 될 일이라고 누가 얘기해요? 지금 나쁜 시나리오만 그리고 있는 것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돼요? 애매함을 견디는 능력을 길러야 해요. 애매한 상태에서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말이야 쉽지, 라고 할 만한 일이죠."
불안을 일으키는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이다. 두려움을 돌보면 인생을 방해하는 큰 요소를 하나 줄일 수 있다.
(이 책을 사게 된 결정적인 구절이다)

72. 
들은 것은 곧 잊어버린다. / 본 것은 기억된다. / 해본 것은 내 것이 된다.
진료실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환자들은 진료실 밖으로 나가면 이내 잊어버렸다.
...
아무리 멋진 말이라도 직접 눈으로 보고, 직접 행동으로 해보는 것에 비하면 그 파괴력은 미미할 수 밖에 없다.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을 잊고, 질러야만 우린 배운다.)

74.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특히 두려움을 강화해요.

75.
사실은 물에 빠지고 배가 뒤집히게 된 직접적 원인은 나의 두려움이었는데요. 우리가 길러야하는 것은 이렇게 출렁이는 애매함을 돌파하는 것뿐 아니라, 일시적 퇴행과 불안정한 상태를 견디는 능력이에요. 실패란 불가피한 일일지도 몰라요. 백전불패도 백전백패도 없어요. 아무리 준비하고 예방하려 해도 인생이 내 뜻대로만 되지 않으니까요.

77.
우리에게는 애매함으로 인해 머리가 복잡해지기 전에 ‘생각을 멈추는 훈련’이 필요하다. 가끔은 머리의 기어를 N이나 P에 놓고 공회전을 하는 것이 낫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다행히 나는 많이 하는 편, 그러나 그녀는 못했나보다)

79.
성숙이란 의존적인 사람이 독립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안에 있는 의존성을 적절하게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 사람이 타인을 필요로 하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인지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이 성숙이다.

102.
일단 꺼내놓아야 한다. 그냥 가슴 안에 담고 이으면 파편만 난무한다. 뒤죽박죽 사계절 옷이 다 처박혀 있는 옷장 속 같으면 안된다. 옷장을 정리하려면 꺼내놓고 펼쳐놔야 한다. 

121.
정확히 얘기하자면 우리 안에 타인은 객관적 실체가 아닌, 내 안에서 만들어낸 대상으로 존재한다.
(여전히 물음. 내 안에서는??)

126.
철주는 선민과 같이 조금만 물꼬를 터주면 알아서 그다음 답을 찾아내는 사람을 만나면 기뻤다. 이를 ‘심리적 성찰력(psychological mindedness)이 있다’고 한다. 문제가 내면에 있음을 이해하고, 두렵지만 무조건 피하기보다 용기를 내어 내면의 프로세스를 찬찬히 지켜보는 능력을 익혀 가는 것이다.

172.
선택의 누적분이 그 사람을 구성한다….
우리의 삶의 발목을 잡는 것은 삶의 선택에서 익숙해져버린 나쁜 버릇이다. 그리고 버릇이라는 단단한 껍질을 깨는 것은 한두 번의 통찰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오랫동안 익숙해져 살아왔고, 주변의 인간관계는 이미 그 틀 안에서 짜여져 있기에, 변화의 모션을 한 번 준다고 해도 바로 다른 주변 관계의 축들의 반작용에 의해 제자리로 돌아와버리곤 한다. 더욱이 섣부른 변화의 시도는 좌절을 불러와 관성을 강화하고, 난 원래 이런 사람일 뿐이라는 믿음을 종교적 신념에 가깝게 발전시킨다. 결국 ‘나는 왜 안되는가’에 대한 정교한 변명 논리를 갖춰 웬만한 상황에 대해서는 미리 방어적 자세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방어기제의 시간적인 적분)

174.
지금 난주에게 필요한 것은 ‘당신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지금의 당신을 만들었어요’ 같은 복잡하고 깊은 무의식에 대한 해석이 아니다. 말로는 안 되고 몸으로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한 번 흔들려야 할 때도 있다. 가끔은 충격 요법이 필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209.
남이 아플 수 있다는 걸 알아야, 좋은 관계가 유지됩니다. 난주씨가 참 힘들었을 것 같아요.


230.
지금같이 정말 고마울 때,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처음 느꼈다. 죽을 위기에서 벗어나자  제일 먼저 살아난 것은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이 아니라 자존심이었다.

259.
과거의 틀린 선택보다 선택을 하지 않은 사실이 더 오래간다는 것,


274. 
두 사람 모두 갖고 있는 환상이 있어요. 일심동체의 환상. 그 환상은 우리 뇌 정말 깊숙한 곳에 박혀있거든요. 그게 언제인지 아세요?
… 바로 엄마 뱃속에 들어있을 때입니다.
..

276. 
지금 만나는 사람과는 채울 수 없는 어떤 결핍을 경험할 때마다 깊은 곳에서 솟아 올라오는 것은 바로 이 공생의 욕망이다.

277.
잠깐잠깐 직렬로 연결된 것 같은 짜릿함은 손을 잡을 때, 의견이 일치할 때, 섹스를 하면서 느끼지만 그건 너무 잠깐이죠. 그래서 그 이상을 원하게 되요. 거기서부터 여기 이 친구의 고민이 시작되는 거죠. 서로에 대해 모든 걸 오픈하고 나면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281.
그래서 비밀이 밝혀지만 당사자는 양쪽 모두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던지는 비밀 공개는 폭력적일 수 있다. 그러므로,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 비밀의 물꼬를 트기 전, 쏟아질 비밀을 잘 가둬둘 제방의 벽을 탄탄히 하는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준비가 되었다고 착각했고, 실제로는 안되었던 거다… 비밀이라고 할 것 까진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어찌되었든 그 제방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거지)

283.
치료자와 환자 사이에 충분한 신뢰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석을 들을 환자의 정신세계가 그 내용을 받아들일 만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에 내가 아무리 정확한 해석을 해도 먹히지 않았던 것이고, 도리어 무서워서 도망을 가게 된 것이죠.
(신뢰란 결국 공감이다. 모든 것은 공감으로 이어지는 것을 요즘 느끼게 된다. 영화든, 친구든, 치료든 무엇이든… )

284.
‘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것도 한 꺼풀만 벗기면 다 나를 위해 하는 일이다. 그게 인간이다.


288.
마음을 다 준다는 말 하지도 말고, 받지도 마세요. 서로 줄 수 있는 만큼 주고, 받을 수 있는 만큼 받고 딱 그만큼을 감사하게 여기는 것, 그러면서 그 폭을 조금씩 넓혀가는 것, 그게 사랑 아닐까, 집착이 아닌?

316.
벗어나고 벗어나지 않고의 문제는 아니에요.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우리는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부모의 영향은 그냥 기본 상수로 놓고 살 수 밖에 없죠. 그것이 크냐 작냐의 차이, 직렬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임을 인정하는 것이 성숙의 척도라고 봅니다.

348.
확신은 부족하고 불안이 크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누가 미래를 확신할 수 있겠어요? 다 알고 결혼할 수 없잖아요. 일종의 위험 감수인데, 살아오면서 그 정도로 큰 계약을 성사시켜 끝까지 완수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 문제죠. 5층짜리 빌라만 짓던 작은 회사에 갑자기 20층짜리 빌딩 계약 제안이 온 셈이랄까. 더큰 문제는 저 사람을 내 인생에 포함시켜 말아 하는 문제에요. 어찌 되었건 배우자가 된다는 것은 언제든지 떠나거나 끝내도 될 상태가 아니라, 내 인생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는 걸 서로 인정하는 것인데, 그게 망설여진다면, 아직은 지금 이대로의 자신을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앞서기 때문 아니겠어요?
(.... 앞으로 나에게 생길 문제가 되어버렸다)

353.
자신의 완벽하지 못함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상대 또한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서로가 상대의 완성을 위해 노력하는 일종의 팀플레이 같은 것이 결혼인 것이다.

355.
너를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 사는 것이다. 사실 모든 삶은 그렇다. 다만 결혼이라는 동반자 관계를 상정하는 것은 나를 중심으로 팀을 꾸리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사랑은 긴장으로 가득 찬 이기적 관계여야 한다. 조화롭고 이타적인 관계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366.
버텨봐. 잘 모르겠으면 확 도망가지 말고, 그냥 버텨봐. 어떻게 되겠지. 미리 짐작만 하고 훌쩍 떠버리면, 나중에 너무 후회스럽지 않을까.

370.
강박적인 면이 있기는 한데, 그게 좋을 때도 많아. 꼼꼼하고 분명하고,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거든. 기본적으로 튼튼해.
(최소한 당신과 나의 관계에서 나를 말하는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당신이 이걸 떠올려주는지에 대한 조건은 있겠지만..)

377.
버텨보는 거지요. 잘 모르겠고 마음이 확 가는 곳이 아직 없는 것 같으면 섣불리 선택하지 마세요. 베스트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면 후회할 일은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견뎌내는 거예요. 시간이 의외로 많은 문제를 풀어줘요. 자연스럽게.
(이건 참 여러가지로 해석이 될 것 같다.)

385.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필요하고 그런 공간이 필요한다. 노사이드는 사랑 문제로 혼란스러워하는 여러분이 찾아와 방향을 찾아가는 곳이다. 이곳은 찾은 손님들과, 주인공 철주 역시 멈추어 있던 관계의 한 축을 움직일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것은 그가 홀로 서는 것의 중요성뿐 아니라,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사랑이라는 관게에서 적절한 의존성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386.
사랑은 가족이 아닌 남과 얼마나 가까이 지낼 수 있는지 실험해보는 일이고, 또 너무 가까워지고 하나가 되고 싶은 욕망을 참고 나의 의존성을 인정하며 타인의 삶의 영역도 인정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남’과 ‘님’은 한 끗 차이지만 핵심적인 한 획의 차이다. 둘을 제대로 구별할 줄 알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문제는 머리로는 배울 수 없고, 마음으로 몸으로 직접 겪어봐야만 한다는 것. 그걸 깨닫기 위한 여정은 괴로움보다 사실 즐거움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