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와 도피/ 이런 거라면.

my usual epic 2009. 7. 13. 12:00 Posted by Ru


뭐랄까.
나에게 필요한 것들은 이런 것?
누군가는 '도피'라고 했지만, 그에 대해서, '도피맞다'고 응수한다.
핵심은 '타동사 leave'가 아니라 '자동사 leave for'이다.

저런 에너지들이 넘치는 것들을 보고 싶고,
그렇게 즐겁고, 다양한 것들이 나에게 주는 영감들을 찾아가고 싶단 말이지!

항상 진지해서 힘들단 말이지, 이놈의 인간은.
가볍게, 그리고 평화롭게, 즐겁게!
냄새가 아닐까?

본가에 갔다가 왠지 그곳에는 수많은 냄새가 지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형이 1월에 결혼을 하고,

점점 그 넓은 집은 엄마와 아버지의 공간만으로 바뀌고 있고,

형이 쓰던 작은 방 2개는 엄마의 독서실로 변해가고 있다.

여전히 형의 물건들이 남아서 뭔가의 흔적들을 남겨놓고는 있지만, 그의 생활의 냄새는 풍기지 않았다.

뜬금없이 형이 쓰던 책상의 서랍을 열어보았다.

형의 과거를 알고 싶다기 보다는, 왠지 그곳에는 형의 다른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가족들은 분명 나를 불쌍히 여긴다.

한편, 나 역시 나를 제외한 가족들을 불쌍히 여긴다.

각자가 다른 시선을 갖고 살 수 밖에 없는 인생 속에서 자신의 시선만이 맞고, 그것을 고수하면서

상대방들을 재는 '잣대'를 들이대는 데에 너무 익숙한 세상이다.

거기서 어긋나면, 불쌍한 것이고, 틀린 것인 삶이다.

사람이 무언가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형의 서랍 안에서 형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찾고 싶었다.

그것이 어떤 물건이든, 아니면 어떤 생각이든, 어떤 기억이든 간에...

형이 사는 세상과 내가 사는 세상이 달라서일까?

아무런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다.

조금 슬펐다.

어제 밤부터 비는 억수같이 쏟아진 듯했고,

난 본가에서 아침을 먹고, 12시 조금 넘어서 길을 나섰다.

지금 부모님이 사는 곳에는 나의 냄새가 전혀 없다.

그곳으로 이사하기 전에 나는 부모님과 떨어져 살기 시작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난 그곳에 나의 무언가가 남아있기를 바라지만,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낯설고, 이상하리만치 본가에 가면 자꾸만 일찍나오고 싶어한다.

단 한번도 이틀을 머문 적이 없다.


나의 공간으로 돌아왔다.

아침부터 비는 쏟아졌고, 골목어귀에서 내 방이 보일때 쯤부터 걱정을 했다.

어제 창문을 안닫고 왔었지...

마치 널어놓은 빨래걱정을 하듯, 방을 걱정했다.

집에 들어오니 아니나 다를까 비가 한참들이쳤나 보다.

역시나 였군.

항상 일이 터지기 전에 미리 막는 버릇들은 다들 없나보다.

그것보다, 집에 들어오니

정작 기다리는 냄새는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원치않는 냄새들만 가득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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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법?

my usual epic 2009. 4. 21. 18:17 Posted by Ru
어느 학원에 가야 잘 배우나.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학원은 왠지 다 학원비만 속이고, 제대로 안가르쳐주는 사기꾼 과외선생.

예민해서 살기 힘든 건지.

살기 힘들어서 예민한 건지.




오 마이 갓.

my usual epic 2009. 4. 16. 00:20 Posted by Ru
여기서 '갓'은 GOD도 아니고, 하느님도 아니고,

내가 쓸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를, 대한민국산 순수 "특산품" '갓'이다.

(이렇게 썼는데, 계급적 관점의 '갓'으로 읽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한국에서 소비되는 행태이며,

자행되는 "만행"이다.

우웩!
항상 지르지 못하고 사는 삶인데.

이런 말을 쓴다는 건 뭔가 부끄러운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운동을 하러 나갔다.

실은 모든 일들이 손에 안잡히고, 자꾸만 게을러지고,

주변 탓만 하는 듯하고.

뜬 구름은 전혀 내려올 줄 몰라서,

세상이 앞뒤가 안맞는다고만 생각해서..

그런데 그건 사실 전부 '앞뒤에 맞게 살려'고 하는 맹랑한 욕심때문이렷다.

집을 출발해서, 한강변으로, 성산대교 밑을 지나, 강을 따라갔다.

집앞에 던져진, '버려야 할' 강냉이봉지를 들고,

'방금 산' 강냉이인 척 휘적휘적 들고 걸어갔다.

어느새 한강변의 가판점들은 커다랗게 "7"자의 불을 밝힌 세븐일레븐이라는 편의점들로 바뀌어있고,

운동하는 다른 사람들과 서로 지나치면서, 나는 '강냉이'를 과시했다.

꼭 먹을 것인양...

운동보다는 산책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두 번째 세븐일레븐을 만났을 때, 그곳에 놓여진 거대한 쓰레기봉지를 발견하고, 맘껏 투척해버리리라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서른 걸음, 스무 걸음, 아홉 걸음, 일곱 걸음 좁혀가는데,

어떤 조끼 아줌마가 크악한 가래침을 뱉으러 100리터 쓰레기봉지로 다가왔다.

앗, 두어 걸음밖에 남지 않았는데.

휘적휘적 리듬을 죽이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크악 퉤!

바시락바시락, 강냉이 봉지는 내 발자국 리듬과 같이 그냥 손에 들려 왔다.

쳇.

강변을 따라 걷는데, 이젠 더이상 쓰레기 봉지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아무데나 던져놓고 말았다.


질서를 만들어 사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번득 들었다.

사는 대로 질서는 생기는 거라고 마음을 고쳐 먹어본다.



결국 인생은 질러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어렴풋이 들었다.

자고 일어나면 그냥

독일 남부의 어떤 언덕바지에 도착해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