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가 아닐까?

본가에 갔다가 왠지 그곳에는 수많은 냄새가 지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형이 1월에 결혼을 하고,

점점 그 넓은 집은 엄마와 아버지의 공간만으로 바뀌고 있고,

형이 쓰던 작은 방 2개는 엄마의 독서실로 변해가고 있다.

여전히 형의 물건들이 남아서 뭔가의 흔적들을 남겨놓고는 있지만, 그의 생활의 냄새는 풍기지 않았다.

뜬금없이 형이 쓰던 책상의 서랍을 열어보았다.

형의 과거를 알고 싶다기 보다는, 왠지 그곳에는 형의 다른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가족들은 분명 나를 불쌍히 여긴다.

한편, 나 역시 나를 제외한 가족들을 불쌍히 여긴다.

각자가 다른 시선을 갖고 살 수 밖에 없는 인생 속에서 자신의 시선만이 맞고, 그것을 고수하면서

상대방들을 재는 '잣대'를 들이대는 데에 너무 익숙한 세상이다.

거기서 어긋나면, 불쌍한 것이고, 틀린 것인 삶이다.

사람이 무언가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형의 서랍 안에서 형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찾고 싶었다.

그것이 어떤 물건이든, 아니면 어떤 생각이든, 어떤 기억이든 간에...

형이 사는 세상과 내가 사는 세상이 달라서일까?

아무런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다.

조금 슬펐다.

어제 밤부터 비는 억수같이 쏟아진 듯했고,

난 본가에서 아침을 먹고, 12시 조금 넘어서 길을 나섰다.

지금 부모님이 사는 곳에는 나의 냄새가 전혀 없다.

그곳으로 이사하기 전에 나는 부모님과 떨어져 살기 시작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난 그곳에 나의 무언가가 남아있기를 바라지만,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낯설고, 이상하리만치 본가에 가면 자꾸만 일찍나오고 싶어한다.

단 한번도 이틀을 머문 적이 없다.


나의 공간으로 돌아왔다.

아침부터 비는 쏟아졌고, 골목어귀에서 내 방이 보일때 쯤부터 걱정을 했다.

어제 창문을 안닫고 왔었지...

마치 널어놓은 빨래걱정을 하듯, 방을 걱정했다.

집에 들어오니 아니나 다를까 비가 한참들이쳤나 보다.

역시나 였군.

항상 일이 터지기 전에 미리 막는 버릇들은 다들 없나보다.

그것보다, 집에 들어오니

정작 기다리는 냄새는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원치않는 냄새들만 가득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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