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방될 회고전/

my usual epic 2008. 7. 15. 16:11 Posted by Ru
슬픈 건 관계가 종식된 후에는 아무것도 전달할 방법이 없음이고.
그래서 더욱 동결되었던 오해는 녹기는 커녕, 더욱더 얼어 붙다가 깨어져 나가버리는 거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아직도 90년대의 사람인가.
여전히 내가 생각하고 말하는 방식들은 90년대의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뭐랄까.
이렇게 글을 쓰는 단어들의 나열도, 말투도, 생각의 흐름도.
모두다 90년대의 것이다.
나로서는 내 스스로를 미화한다고 썼던 말. 난 아직 24살이야라고 했던 것은.
정말로 마음은 그렇게 갖고 싶었던 희망사항인데.
우습게도.. 난 단어 그대로 희망의 24살이 아닌 실제로 23살 혹은 그전에 머물러 있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화장실에 앉아서 아래로는 배설하고 입으로는 치약을 머금으면서..
내 스스로 이런 짓을 동시에 하는 데, 남들은 어떨까?하다가 그냥 찾아온 생각.
난 아직 90년대에서 살고 있구나.

왜 내가 하는 말들이 전부 다 닿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던지는 마음들이 나에게 보이지 않았을까?
시대는 그래도 시대를 대변하는 게 있는데....

대학교1,2학년때의 시절이 마치 그대로 가라앉아버린 것처럼, 여전히 나는 쓸데없이 시니컬한, 미성숙한 아이인가 보다.
그 시기가 이토록 멀리멀리 돌아서, 서른이 넘은 한 아이에게 갑자기 들이닥쳐버렸다.
21세기의 사람들은 90년대의 아이에게 소통을 원했지만, 90년대의 아이는 혼자서 방백만 잔뜩하다가 지쳐서 잠시 쓰러져버린 상태다.

모두가 오해를 사고, 남겨진 자락들은 모두가 뜯겨져 나가고 있는 이 삶에서,
내가 결심한 것은 그냥 그래도.. 뭔가 내 스스로의 어떤 감정들을, 관계들을 정리하는 새출발이 아니라
그냥 단순하게 좀 낙관적으로 생각해보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로 어린 아이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순간 찾아오는 비관들. (절망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박노자는 말하지만.)
그 비관들에 다시 역광을 비추어서 낙관이라는 그림자를 만들어보자는 행위다.

여전히 난 흔적들을 찾고 있다.
그러나 그 흔적들은 이제 모두 다
"spotless mind of eternal sunshine"
...점들마저 사라진다.

지워지는 기억을 붙잡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그런데, 정말로 여전히 난...
기억을, 흔적을 지운다고 하여, 감정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진 않아.
내가 그러니깐..

사람들은 누구나 비슷하니깐..
그래서 귤머리가 생각나듯.. 도리도리 인사가 기억날 거니깐.

다 뜯어가도 괜찮아.
더이상 아파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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