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과 순수 사이/

my usual epic 2008. 6. 17. 13:38 Posted by Ru
순진과 순수 사이에 커다란 간극.

글쎄, 내가 나를 보면서,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많이 나오는 단어들이다.
그런데 난 순진하고 싶진 않다.
굳이 말하자면 순수하고 싶은데..
순진한거다.

이미 이런 글을 시작한 것 조차, 그리고 말들을 이렇게 쓰는 것 조차 내가 '순진'하다는 뜻이 아닐까.
괴로움이 크다고 하여, 마구마구 토로하고.. 나만 봐달라, 나를 이해해달라.. 하면서 주변부에 쏘아내버리는 어떤 바보같은 행동들이 이젠 나를 옥죄어 온다.

어제 아침에 방에서 깨어나면서, 무언가 깨달았다.
그런데 그건 그냥 깨달음이다. 무언가를 바꿔줄 수 있는 것은 아니리라.
그래도 깨달음이다. 내 스스로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는 기로에 섰다.

내 순수함을 주변부에 강요하고, 그것을 봐달라고 우기고, 토하고, 성내고,
상대들의 순수함을 전혀 보지 않으려고 한 것들, 사람들 사이에서 각자 '다른' 순수함을
비교해버리고, 맞고 틀리다의 차원으로 생각해버리고...
그러니깐 내가 '순진'한가보다.

그리고 그 '순진'은 정녕 부정적 뉘앙스일 뿐이다.

그러나 내 순진이 죄의식으로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찌되었든 다른 사람의 '순수'들을 무의식적으로 외면해버린 것들은 미안하다.
그냥 나 역시 결함이 있는 사람임을 인정한다.

무엇보다도 앞으로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