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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동으로 이사준비를 하는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죠.

전화를 거신분은 제가 들어갈 집의 이전 세입자 분이셨는데...

자기들이 조금 작은 집으로 이사하게 되어서 물건을 처분해야 하는데, 혹시 인수하실 의향이 있는지를 물어오는 전화였더랍니다. 제길..
덕분에 오븐을 10만원에 질러버린 셈이 되었습니다. 흑흑. 어쩔 수 없는 이 아줌마 근성!!

하지만 내심 정말로 기뻤습니다.

최근 주변의 모 지인께서 베이킹 족이 되었다면서 쿠키 및 머핀의 향연(?)을 펼치시고 계셨거든요.
그나저나 의도치 않게 지름신을 모시면서 저 역시 cook, 그냥 오븐족(族)이 되었습니다.

결국 이사한 지 1주일이 안되어서 바로 요리에 돌입합니다.

그 첫번째가 바로 <오븐 통닭>이 되겠습니다. 진정한 훈제치킨이라고 할 수 있겠죠!!!
사실 이것도 완전한 준비라기 보다는, 낮에 볼 일 보러 나갔다가 그 일이 좀 허무하게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무언가 외출의 보람을 찾고 싶었던 거죠. 환승할인의 설계도를 짜면서 집근처에 가격조사를 가봐야 할 할인마트를 떠올리면서 기왕지사 닭이나 구워먹자 하고 생각했던 거죠.
저는 사실 아무 생각없이 닭만 사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순진하고도 멍청한 짓거리는 어딜가나 빠지질 않는군요.
어찌되었거나 집으로 돌아와서 제가 사온 닭을 보이자, 옆방아저씨 눈에 생기가 돕니다. 생닭을 보고 생기가 도는 모습이라니.. 허허허..
갑자기 알아서 레시피를 찾더니 와인이 필요하다고 하는 군요. 적극적으로 와인 사냥에 나섭니다.
그러나 주택가라서 동네수퍼에서는 싸구려 진로 포도주밖에 없습니다. 가격도 가격이고.. 일단 음식할거니깐 이걸로 만족합니다. (아.. 이럴땐 정말 호주가 그립군요. 4L짜리 cask와인이 10달러수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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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원짜리 하림생닭, 2000원짜리 진로포도주.


가장 먼저 닭의 똥꼬 부분을 잘라냅니다. 이 부분이 비린내의 근원이라고 하더군요.
닭의 앞가슴을 풀어헤치고(?) 그리고 다리와 날개에 칼집을 내면서..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나서...
와인으로 숙성(이라 하기엔 그냥 헤엄의 수준인 듯 한데.. 쩝)을 합니다. 약 40분 정도만 했습니다. 너무 배고파서... (앞으로 가야할 시간이 한참입니다.)
그리고 버터 역시 사왔습니다.
온몸에 버터칠해줍니다. 닭이 호화롭게 버터를 몸에 바르는 군요. 아.. 닭에게 미안합니다.
01
와인속 생닭의 헤엄(?)

오븐에서 240도로 설정하고, 위에 쿠킹호일을 살포시 잘 덮어줍니다.
(요거이 겉만 다 타는 걸 방지하는 거더구만요.)

이 1차 구이가 끝나고, 다시 호일을 제거한 후, 다시 30분간 굽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놈을 보면서 힘들었습니다. 너무 먹음직스러워서..



요 녀석을 보면서 배는 계속 고파옵니다.
벌써 기다린 시간이 얼마 입니까? ㅜ.ㅜ
하지만 맛있는 식사를 먹기 위해서 참고 또 참습니다. 젠장!!!


조금만 참으면 됩니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녀석은 바로 요놈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 목이 새카맣네..


처음에 호일을 쌀때 목덜미를 잘 감싸주지 못한게 화근이 되었네요.
어쩔수 없이 목은 포기!!!

뒤에 새로나온 스타우트 2병과 진로 포도주가 병풍처럼 대기중입니다.

맥주와 먹는 오븐 통닭은 거의 환상입니다.
혹시나 해서 간을 좀 살살 했는데.. 소금과 후추를 곁들여서 먹으면 간은 충분합니다.
(혹시라도 너무 오바해서 처음에 많이 뿌리는 것보담 안전하지요.)
너무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음번에는 좀더 미리 준비하여 좋은 와인과, 통마늘, 허브 등이 있으면 더욱 맛있는 통닭이 되리라 믿쓥니다!!
다음 오븐 요리는... 통감자구이를 해볼까 합니다.

정말로 오븐이 사랑스럽네요.
끌어안고 자고싶어!!!

흐흐흐...

나도 드디어 오븐 族이 되었다!!!!!


아아.. 날이 갈수록 엥겔계수는 높아만 갑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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