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트로미오와 줄리엣'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8.10 [트로마 in 서울] B급 정신의 진수!
사용자 삽입 이미지

트로마 스튜디오에 관해서라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들이 서울에 왔다.

<톡식 어벤져>시리즈와 최근작 <폴트리가이스트>.
B급이란 이런 것이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이른바 '난 사람'들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들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거의 좌절의 바닥을 헤엄치다 못해,
그들의 영화에 나오는 화장실에 내가 빠져드는 기분이다.
그토록 끝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은 정녕 그들의 능력이며, 명랑함인지도 모른다.

수많은 B급영화들이 존재했고, 여전히 생산되고 있지만,
항상 되풀이 되는 이야기는 과연 "B급"이란 무엇인가? 하는 지점이다.
더욱이 B급 영화의 전통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한국 영화판에서, B급이라는 단어는 다시금 정의해야 할 지도 모른다. 99년이었나, 지금은 폐간되고 없는 영화잡지 <키노>에서 박찬욱, 류승완, 오승욱, 임필성 등이 대담을 나눈 기사도 있다.
요즘의 한국영화는 참 희한하다.
로이드 카우프만의 말 그대로 "주류영화사들이 비주류영화를 만든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비주류영화와 B급 영화는 조금은 다른 단어가 아닐까? 한국 영화에는 비주류영화라기보다는 비주류의 감성들이 조금씩 가미되고 있을 뿐이다. 엄연하게 B급영화의 시장은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80~90년대에는 비디오 시장에서 그것이 형성되고 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오프라인 렌탈샵이 망해가고, 그러는 가운데 B급영화 시장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말았다. (물론 그것이 헐리우드의 "B급영화"와는 또 달랐던 영화들이지만...)
어찌 되었든 다시 돌아와서, "B급"이라는 용어는 어떤 의미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B급"은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떠한 '컨셉'이거나 '장르'이기 보다는 '정신'에 가깝다. 자본의 크기, 혹은 성향 등과는 관계없이 B급정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오히려 영화를 떠나서 김규항의 <B급 좌파>, 또는 우석훈이 스스로를 'C급 경제학자'라고 칭하는 단어들과 더 가깝다고 본다. 그것이 무엇이냐고? 글쎄... 본디에 인문사회학적 소양이 깊지않은 나 인지라 그것을 정확히 진단하기는 어렵지만, 조금 설명하는데 노력을 해보자면....
주류사회(영화, 학자)들에 대해서 혹은 그들이 숨기고, 부끄러워 하는 것들에 대해서 통렬한 풍자를 통해 지적하는 방식. 그리고 양식 혹은 방식에 있어서도 기존의 질서나 문법 혹은 거동(습속 등을 포함해서) 등에 전혀 반대의 방법 혹은 수용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전복을 기도하는 것 등이 B급 정신 혹은 양식에 포함되는 것들일 거다.
물론 용어는 굉장히 포괄적이라서 다른 부분도 더 있을 것이다.
실제로 B급이 '컨셉'일 수도 있는 것이다. 뭐 아니라면 어떠랴??

B급 정신의 진수는 '나는 이렇다... 어쩔래? 넌 아니냐? 그럼 말아라..' 쯤의 태도가 아닐까?
받아들이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과 철저하게 같이 놀아보겠다는 태도. 뭐 어떻게 보면 편협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것쯤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더 편협하달 수 밖에...
A급 따위는 통렬하게 부수고, 놀리고, 갖고 놀아버리는 그들의 유쾌함은 정말 훔칠 수만 있다면, 훔쳐버리고 싶다. 물론 왠지 그 녹색의 구토물 등을 좀 닦고서 ...

현재까지 <트로마 in 서울>에서 본 영화들은.
<톡식 어벤져 4 : 시티즌 톡시>
<트로미오와 줄리엣>
<폴트리가이스트>
<카니발 더 뮤지컬>
이렇게 4편이다.

영화들을 한 편씩 리뷰를 쓰는 것은 큰 의미가 없겠다 싶어서, 위와같이 글을 시작했다.
그냥 기분상 이중에 정말 신났던 것을 꼽자면, 오히려 <트로미오와 줄리엣>이다. 고전적인 이야기를 현대로 가져오고, 환타지를 가미하고, 결말을 전복시켜버리는 거침없음에 박수를 보낸다.

왠만큼 마음의 준비도 했고, 왠만큼 자극에 익숙하다 싶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름 근작인 <폴트리가이스트>를 보면서, 꾸엑꾸엑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다.
인분이 난무하고, 성기가 기이하게 변하는 상황들을 보고 있노라면, ㅋㅋ. 자연적으로 고개가 조금은 돌아가더라.
아직도 뭔가 내 안에 이상한 윤리나 도덕 혹은 어떤 질서와 평형에 대한 것들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일까.
하긴 신체훼손이라는 것은 언제나 공포의 느낌을 가져온다.
그러나 트로마의 재능은 그 공포감 안에 어떤 유쾌함과 신랄함이 같이 담겨온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세상은 계속 나빠지고, 뭐랄까 뉴스만 보면 토나오는 일의 연속이다.
이럴 때일수록 좀 하드코어한 자극을 영화관안에서 좀 느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거다.
게다가 이들의 영화는 단순히 하드코어함을 넘어서 명랑하고, 이 영화들을 보고 나면, 현실과 어떻게 싸워야할지 혹은 어떻게 넘어야 할지에 대한 방법도 깨달을 수가 있다는 점이다.

8월 14일까지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중이다.
놓치지 말 것.
하하하하.


ps. 영화 한 편에 대한 리뷰를 안 쓰려고 했지만..
왠지 <폴트리가이스트>와 <패스트푸드 네이션>과의 비교를 해봐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