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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18 /상태 안좋음/ 3

/상태 안좋음/

my usual epic 2008. 4. 18. 20:15 Posted by Ru
뭐랄까 여러가지로 상태가 좋지 않다.
언제쯤 고용감독으로써 그냥 마음대로 지르게 될 날이 오긴 오는 걸까?
남의 돈이 아니라 자기돈을 찍으로 마음대로 할 것 같지만, 이따위 시나리오를 쓴 사람에게는 그러한 마음대로 지르기는 결국 한계가 있다.
그런 와중에 돈을 운영해주고, 작품을 더욱 좋게 만들어줄 만한 프로듀서가 없어서, 내가 그 일을 같이 해나가야 하는 것은 정말로 내적모순에 빠지는 길이다. 결국 어느 손을 들어주기도 어려운 문제가 아니던가.

망연자실.
어제는 끝내 이러저러한 가운데 또 한 배우를 만났다. 돈도 아끼고, 날씨도 누릴 겸 홍대 정문에서 만나 캠퍼스 안 어딘가에서 미팅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시간대를 잘못 맞춰서, 학교안의 라디오방송인지 뭔지 시끄러운 노래가 계속 나왔다. 뭐 우리 학교는 아니지만, 정말로 원치 않는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야 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일이었다. 언제부턴가 취향이랍시고, 발전이랍시고,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은 소음을 이불삼아 살고 있지 않은가.
그 이불은 뭐랄까. 어찌되었거나 '도회적 삶'이라는 허울들과 함께 계속해서 배꼽을 맞추고 있다. 제길.
아무튼 좀 소음이 덜할까 싶어, 운동장 한켠에 벤치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대충 자리를 잡고 인사도 하고, 이전 출연작에 대해서 얘기도 나누고 하는데, 왠걸.. 홍대부속초등학교 아이들이 건물의 투명한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무슨 박쥐들 마냥 입을 벌리고 꺄아거리면서 나오는 게 ... 사실은 사오정입에서 나오는 나방들같다. 켁.
그랬다. 점심시간이었나보다.
제길.. 겨우겨우 미팅을 진행했다. 그러는 가운데 갑자기 저멀리서 운동장의 훠언한 먼지덩어리가 도로시를 날린 캔사스의 토네이도처럼 크게 덥쳐왔다.
우아.....
결국 또 뒤집어 썼다.
우여곡절 겨우 미팅을 마치고,
여성 영화제 <텐텐>을 보고..
뭔가 부침의 상태에 접어든 나는, 뭘 어찌해야할지 몰랐다. 어항속의 붕어가 어항 바깥의 세상을 인식하게 되면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저어기 뭔가가 보이기는 하는데, 아무리 나아가도 갈수없고, 왠지 모르게 정체된 듯한 느낌들.
뭐 그래서 좀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갔던 대학캠퍼스가 실망을 줬던 관계로 다시 그걸 만회해보고자 연대 캠퍼스를 걷기로 했다.
주호와 헤어져서 천천히 들어선 캠퍼스.
순간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신양섭 선생님. 어디론가 급히 가신다. 인사를 할 틈도 없이 제 갈길을 열심히 가신다. 아는 체 하려고 했으나 선생님의 발걸음보다 짧은 머리가 나를 멈칫하게 했다.
번뇌가 많으셨나....
작년 파티에서 언뜻 사주를 봐주셨는데...
올해 내가 무언가 잘 풀릴거라고 하셨다. 내심 그 위력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보지만..... 바람은 바람일 뿐이겠지.

백양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백주년 기념관 근처에 왠 경호원들이 띠를 쳐놓고.. 그 띠 바깥에 별 고삘, 중삘, 직삘등 다양한 계급들이 보인다. 경호원 근처에는 연예인 밴도 한 대 서있고. 또 뭔가 싶었다.
내가 졸업하기 전에도 그러한 광경들을 가끔 볼 수 있었지만..
나에겐 대학사회는 그래도 좀더 상아탑 다워야 한다는 편견이 있다.
젝일!!! 대학은 점점 어려진다.
대학생은 이제 성인이라기 보다는 점점 더 아이로 퇴행하고 있다.
등록금 투쟁을 대학생들이 아니라, 학부모들이 하고
등록금 시위를 캠퍼스에서 하지않고, 종로에서 한다.
그 어디에도 대학의 진짜 주인인 대학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돈을 밀리지 않고 내야만 고객대접을 받을 수 있는 대학생들. 그들은 점점 바보가 되고 있다.

괜시리 심술이 났다.
제2 중앙도서관이 거의 다 완공이 되었나보더라.
그 돈은 다 어디서 났을고...
중도앞에서 왠 관광버스가 있었다. 산너머 무악학사로 가는듯 했는데.. 그 관광버스는 학교로고도 전혀 없었다.
아.. 이젠 스쿨버스도 아웃소싱하는가.

제복2 역할을 부탁한 정세씨와 통화했다. 캐릭터 수정에 대한 단서(?)를 달고서 기획사측에서 출연을 허락했다. 뭐 캐릭터가 굉장히 전형적이라는게 문제라나 뭐라나. 사실 이 영화에서 캐릭터 수정에 대한 것은 별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도 좋은 배우를 쓰고 싶은게 나의 욕심이다.
학생회관. 왠지 통티방에 가보고 싶었다. 누군가 있을까? 여전히 옛날 날적이가 있을까? 95년, 96년의 나의 날적이들은 무슨 글을 쓰고 있었는지.. 당시 선배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을 꺼내고 싶었다. 천천히 학생회관 계단을 오른다. 뭔가 퀴퀴한 냄새.
익숙하다 할 만큼의 기억력이 남아있진 않지만, 어디선가 맡았던 느낌 정도까지의 기억은 있다.
그러나 익숙한 색깔 혹은 얼룩의 바닥이 날 맞이 했다.
그 옛날에 저 창문을 열어놓고 종이컵 재떨이를 두고, 마음놓고 담배를 피웠었지.
계단에 다 오르면 보이는 철문. 거기서 부터 약 10걸음만 걸으면 통티방.
약간의 긴장을 갖고 문고리를 돌려봤지만, 열리지 않았다.
혹시라도.... 노크를 했지만, 역시나 문이 열리지 않았다.

글쎄 꿈을 열심히 키웠던 곳은 아니지만, 꿈을 열심히 가졌던 시절이긴 했다.

나와 통티와의 거리는 딱 그만큼이었다.
그래서일까 들어가보지 못하는 통티방에서 돌아서는 아쉬움도 딱 그만큼이었다.
어차피 '누군가'를 기대한게 아니라 '무언가'를 기대한 거였으니까....


해도 다 저물어가고 백양로에 햇빛이 닿지 않았다.
쳇. 햇빛없는 캠퍼스는 걷는 흥이 나지 않는다.
꾸역꾸역 신과대 앞 삼거리에서 계단을 올라 벤치까지만 간다.
난 언제나 언더우드 상이 보이는 곳 까지만 간다. 바로 앞에는 가지 않는다.
그게 누구든 간에 동상같은 건 사실 좀 싫다.
그 중에서도 무슨 학교 설립자 따위의 동상은 너무 웃기잖아. 학교설립이 뭐 대단한 일이라고...
다 세속적 욕망에 의해서 한 일일 뿐인데.
흥을 다 버렸다.
다시 돌아서 서른즈음에로 갔다.
이렇게 일찍 가게에 간것은 언제였던가.
급하게 맥주2잔을 먹고....
왠지 모를 mis-oriented, mis-coordinated한 기분.

쩝. 하루가 그렇게 갔다.
그런가 하면... 위로를 받고 싶은 곳에서도 위로가 안된다.
그 안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연애의 <Matrix>화!!!
연애가 가상현실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reference가 없는 상태에서 simulation하는 것 같다.
뭐지 이건.....

답답하다.

그런데 한편, 갈수록 직감과 직관은 세진다.
우연도 잦아지고....
방귀가 잦아지면 똥나온다는데 이러다가 정말로 신내릴라나...
뭐 그렇다고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태백산맥>의 소화마냥..
그녀만큼 독특한 캐릭터가 또 있을까.. 원래 신의 영역에 있는 사람이 사랑에 의해 정치적인 길을 걷는다.
이건 정말 끔찍하면서도 가장 독특한 아이러니다.
내가 요즘 그렇다.
뒤늦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