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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07 [지름신] 역시 인생은 질러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1
항상 지르지 못하고 사는 삶인데.

이런 말을 쓴다는 건 뭔가 부끄러운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운동을 하러 나갔다.

실은 모든 일들이 손에 안잡히고, 자꾸만 게을러지고,

주변 탓만 하는 듯하고.

뜬 구름은 전혀 내려올 줄 몰라서,

세상이 앞뒤가 안맞는다고만 생각해서..

그런데 그건 사실 전부 '앞뒤에 맞게 살려'고 하는 맹랑한 욕심때문이렷다.

집을 출발해서, 한강변으로, 성산대교 밑을 지나, 강을 따라갔다.

집앞에 던져진, '버려야 할' 강냉이봉지를 들고,

'방금 산' 강냉이인 척 휘적휘적 들고 걸어갔다.

어느새 한강변의 가판점들은 커다랗게 "7"자의 불을 밝힌 세븐일레븐이라는 편의점들로 바뀌어있고,

운동하는 다른 사람들과 서로 지나치면서, 나는 '강냉이'를 과시했다.

꼭 먹을 것인양...

운동보다는 산책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두 번째 세븐일레븐을 만났을 때, 그곳에 놓여진 거대한 쓰레기봉지를 발견하고, 맘껏 투척해버리리라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서른 걸음, 스무 걸음, 아홉 걸음, 일곱 걸음 좁혀가는데,

어떤 조끼 아줌마가 크악한 가래침을 뱉으러 100리터 쓰레기봉지로 다가왔다.

앗, 두어 걸음밖에 남지 않았는데.

휘적휘적 리듬을 죽이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크악 퉤!

바시락바시락, 강냉이 봉지는 내 발자국 리듬과 같이 그냥 손에 들려 왔다.

쳇.

강변을 따라 걷는데, 이젠 더이상 쓰레기 봉지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아무데나 던져놓고 말았다.


질서를 만들어 사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번득 들었다.

사는 대로 질서는 생기는 거라고 마음을 고쳐 먹어본다.



결국 인생은 질러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어렴풋이 들었다.

자고 일어나면 그냥

독일 남부의 어떤 언덕바지에 도착해 있으면 좋겠다.